▲박현옥 캄보디아 한인회 회장, 9월 17일 남양주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년 11월 12일 캄보디아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입국자 격리 기간을 11월 18일부터 1박 2일에서 ‘2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 입국을 준비 중이던 교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주 격리면 시간도 문제지만 호텔, 식대, 검사 비용 등 1인당 2,000달러 상당의 경비가 더 들어야만 했다. 캄보디아 한인회는 교민의 안전한 캄보디아 입국을 위해 방안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고 2주 격리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때 캄보디아 한인회가 생각한 것이 전세기였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교민 이송 전세기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인회는 우선 캄보디아에 취항 중인 국내 항공사들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돌아온 답은 ‘NO'였다. 그렇다고 캄보디아 한인회는 포기할 수 없었다.

박현옥 캄보디아 한인회 회장은 “교민들이 기댈 곳이 한인회뿐인 상황에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비행기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캄보디아 스카이앙코르와트항공과 전세기 운항에 합의했다. 운항 발생 손실은 한인회에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전세기 운항은 2주 격리가 시작되는 18일보다 하루 이른 11월 17일로 결정됐고 한인회의 노력으로 68명의 교민은 안전하게 캄보디아로 입국할 수 있었다.

박현옥 회장은 “전세기 운항은 편도 운행이다 보니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적자 1,800만 원은 한인회에서 부담했다”며 “하지만 하루 늦게 캄보디아에 입국하는 교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1/10도 안 된다.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한인회는 또 전세기를 띄울 것이다”라고 답했다.

캄보디아 한인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을 위해 전세기 운항을 포함해 백신 접종 지원, 자가격리 음식 제공, 방역,교민 생필품 지원 등을 추진했다.

캄보디아의 코로나와 교민 상황에 대해 듣기 위해 딸의 결혼식 앞두고 잠시 귀국한 박현옥 캄보디아 한인회장을 17일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현옥 캄보디아 한인회 회장

-캄보디아의 코로나 상황은 어떤가요?

“올해 2월까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30명 정도였고 누적 확진자가 1,000명 아래였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서 지금은 하루에 4~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교민 상황은 어떤가요?

“캄보디아 교민은 만 7천 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봉제, 농업, 관광, 요식업 등에 종사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들어합니다. 반 정도는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한인회, 교민을 위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제공:캄보디아 한인회>

-코로나 상황에서 한인회가 한 일이 있다면? 

“우선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매달 생필품을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 입국 후 1박 2일 격리하는 동안 한국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인회에서 준비했습니다.”

-음식 제공은 지금도 하고 있나요?

“저희가 5월부터 9월까지 했었습니다. 매일 6~70명씩 입국을 했으니까 대략 만여 명에게 제공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캄보디아 정부에서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생필품을 대신 전달하고 있습니다. 격리 기간도 2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격리 기간이 1박 2일에서 2주로 늘어난 건가요?

“지난해 11월 17일까지는 캄보디아 입국 시 검사 후 무증상이면 1박 2일 격리, 동일 비행기에 감염자가 있으면 2주 격리였는데 11월 18일부터는 무증상자도 무조건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하게 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코로나 확산을 위한 조치였는데요 이것 때문에 저희가 전세기를 띄웠습니다.”

▲캄보디아 한인회, 교민을 위해 코로나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제공:캄보디아 한인회>

-2주 격리와 전세기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11월 17일까지 입국하는 사람은 1박 2일만 격리하면 되는데 하루 늦은 11월 18일에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렇게 되면 시간적·금전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 전날인 11월 17일에 전세기를 띄워서 교민들을 모시고 왔죠.”

   

-인천-캄보디아는 주 4회 항공기가 운항하는데 전세기가 필요했었나요?

“당시 코로나 확진자 중 교민은 거의 없었어요. 확진자 대부분은 인천공항 환승 고객에게서 나왔습니다. 11월 16일 아시아나항공으로 입국한 교민 60명은 미국에서 탑승해 인천공항에서 환승한 캄보디아계 미국인이 양성으로 확진되면서 시간과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저희는 교민만 이용할 수 있는 전세기가 필요했습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격리 하루 전인 11월 17일에 교민 68명을 무사히 모시고 올 수 있었습니다.”

-교민들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은 어떤가요?

“여권을 가진 교민들은 거의 접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월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를 통해 시노백 1,300명분을 확보해 접종했습니다. 원래는 시노팜을 요청했었는데 WHO 사용승인이 나지 않은 시노백이 와서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다행히 잘 해결됐습니다. (시노백은 6월 1일 국제보건기구 WHO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기자주)”

▲캄보디아 한인회, 코로나 방역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제공:캄보디아 한인회>

-한인회장은 얼마 동안 했나요?

“올해가 4년째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인회에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왜 한인회가 있어야 하는지, 한인회의 역할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한인회장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모두가 힘든 코로나 상황에서 교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캄보디아에 와서 죽음을 맞으신 무연고 어르신들의 장례를 치러드린 것이 보람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여러 사연을 가지고 와서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분들이 많아요. 그동안은 너무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더라고요. 누군가는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함께해야 할 것 같아 장례를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한인회 조직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한노인회부터 공식적으로 캄보디아 지회를 승인받고 지원도 받게 됐고 교민의 안전을 위해 ‘교민안전지원단’을 만든 것과 여성부, 다문화부를 조성한 것도 보람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한인회는 헌혈을 통해 100여 장의 헌혈증을 캄보디아에 기증했고 한국 의료단체와 의료봉사도 펼쳤습니다. 또 캄보디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문화사업도 진행했습니다. 이렇듯 이제는 캄보디아 한인회가 교민사회를 넘어 캄보디아에 도움이 되며 함께 성장해 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캄보디아 경제도 살아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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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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