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단어도 없던 라오스에 일어난 작은 기적

황상윤 1025hsy@naver.com | 승인 21-03-04 22:03

본문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2764_8604.jpg



지난달 라오스에서는 스포츠 외교분야에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서 최초로 야구리그가 열린 것이다. 대회를 개최한 곳은 주라오스한국대사관. 대사관 주최 태권도 대회가 열린 경우는 있지만, 야구 대회가 열린 것은 라오스가 처음이다.


1월 9일부터 2월 27일까지 열린 제1회 대사배 야구대회에는 위앙짠 고등학교(남·여팀), 동덕국립대 미라클(남·여팀), 라오J브라더스(남·여팀)이 참가해 25경기를 치렀다.


라오스에서 열리는 야구대회 준비는 쉽지 않았다. 현지 여건상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대사관 직원들은 발로 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회 준비를 해야 했다.


하루 이틀에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두 달여 간 진행되는 대회이다 보니 코로나 상황, 안전사고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행히 대회는 큰 사고 없이 끝났다.


라오스에서 야구대회. 그것도 전용구장에서 야구리그가 열릴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를 라오스의 작은 기적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3071_8327.JPG
▲제1회 대사배 야구대회. 1월 9일~ 2월 27일까지 라오스 비엔티안 DGB 구장에서 열렸다. <제공:주라오스한국대사관>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의 씨 뿌려

 

라오스에는 야구라는 단어가 없다. 당연히 야구를 본 적도 없고 해본 사람은 더더욱 없는 곳이었다. 이런 라오스에 야구의 씨를 뿌린 사람은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이다. 2013년 라오스와 인연을 맺은 이만수 전 감독은 이곳에서 선수를 모으고 야구단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라오스 첫 야구단이 ‘라오J브라더스’다. 이후 이만수 전 감독은 2017년에 라오스 야구연맹을 만들고 전용구장 건설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19년 라오스 정부가 메인스타디움 부지 일부를 무상 제공하고 DGB금융그룹이 공사비를 지원한 라오스 첫 야구장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대회가 열린 곳이 DGB야구장이다.  


그동안 야구대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3일 일정으로 진행됐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두 달 가까이 지속된 적은 없었다. 현재 라오스 야구선수는 라오J브라더스(남·여팀), 위앙짠 고등학교(남·여팀), 동덕국립대 미라클(남·여팀)의 120명이 전부다. 이중 위앙짠과 동덕대는 지난해에 창단했다. 대회운영은 라오스 야구연맹이 담당했다. 준비과정부터 경기 운영까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이만수 전 감독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고 코로나로 함께 하지 못한 이 전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알려주고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도왔다.

 

이 전 감독은 축하영상을 통해 “코로나로 함께 할 수 없지만, 한주도 빼놓지 않고 대회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야구가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희생과 협동이라는 야구 가치를 잘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3114_7202.jpg

▲제1회 대사배 야구대회 축사를 하는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 <갈무리: 헐크파운데이션>

 

야구를 통해 성장하는 라오스 아이들의 모습 볼 수 있어  

 

라오스에는 ‘뽀뺀냥 문화’라는 것이 있다. ‘뽀뺀냥’은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는 뜻인데 라오스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라오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현실에 만족하고, 급한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 않고, 다툼이 있을 때도 크게 화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야구에서도 실수하고 점수를 못 내고, 경기에서 져도 라오스 아이들은 미안함 없이 웃으면서 ‘뽀팬냥’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라오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달라졌다. 특히 이번 대회를 하면서 더 많이 성장했다. 

 

제내인 라오스 야구연맹 사무총장 겸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감독은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안타를 치면 서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열정과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라며 “이런 장면은 라오스에서 9년을 보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흐 라오J브라더스 투수(17세)는 “지난 두 달 재미있었다. 대회기간 차량수송, 식사지원 받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한국대사관과 한국인들이 왜 우리를 도와주는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라오스 야구 이야기가 한국인들에게 감동이 된다는 말을 듣고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 사무총장은 2013년 라오스에서 처음 야구를 할 때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공을 글러브가 아닌 손으로 잡기, 바운드 된 공을 축구처럼 발로차기, 투포환처럼 공 던지기, 3루 코치가 들어오지 말라고 손을 흔들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 열심히 뛰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3298_0526.jpg

▲2014년 라오스를 방문한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이 라오스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라오J브라더스>


스트라이크는 ‘스딱’ 도루는 ‘키락(도둑질)’ 등 야구 용어 정리도 과제 

 

라오스에는 야구라는 단어조차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야구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였다.

야구는 ‘베이스볼’ 스트라이크는 ‘스딱’ 도루는 ‘키락(도둑질)’ 등 용어의 80%는 정리했고 지금도 계속 보완하고 있다.

 

라오스에서 짧은 시간에 야구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라오스 야구 보급에 앞장서 온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과 라오스 야구연맹, 대사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오스에 야구용품과 운영비 상당 부분은 이만수 전 감독을 통해서 전해지고 이렇게 들어온 물품은 라오스야구연맹이 팀과 선수단에 나눠준다. 대사관은 라오스 정부와의 협의, 한국 지도자의 라오스 방문, 라오스팀의 한국 전지훈련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야구로 인해 라오스와 한국이 더 가까워지게 됐고 그 결과로 제1회 대사배 야구대회가 열린 것이다.

 

임무홍 라오스대사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야구대회 개최를 통해 라오스의 미래가 될 학생들이 화합하며 하나 되고 세대와 세대가, 라오스와 한국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기회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3432_5864.jpg

 

라오스 야구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라면기업은 라오스 아이들을 위해 1년 전부터 무상으로 라면을 제공하고 있고 몇몇 NGO 단체는 라오스 야구팀 창단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10월경에는 한국기업의 후원으로 가을 야구리그를 개최할 예정이며 라오스에서 주최하는 인도차이나반도 5개국 초청 국가대항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 라오스에서 야구는 단순한 야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1회 대사배 야구대회는 민간 스포츠 외교가 공공외교와 만나 결실을 본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e9a9fbb7fc2bf6ecc918601437da1eb_1614867324_8315.JP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후원하기 >>